CEP 시리즈 ①
혹시 목마를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가 있으신가요?
‘목마를 때’처럼 특정 브랜드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만드는 순간이나 상황, 이것이 바로 카테고리 엔트리 포인트(Category Entry Points, CEP)입니다.
이때 특정 브랜드가 떠올랐다면, 그 브랜드는 이미 해당 CEP를 점유하고 있는 셈입니다. 반대로 아무 브랜드도 떠오르지 않는다면 두 가지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미 어떤 브랜드가 이 CEP를 점유하고 있지만 유독 나에게는 떠오르지 않는 경우도 있고, 아직 어떤 브랜드도 확실하게 점유하지 못한 빈자리일 수도 있죠.
특히 후자라면 마케터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CEP란? (Category Entry Points)
앞서 간단히 소개한 CEP의 뜻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카테고리 엔트리 포인트(Category Entry Points, CEP)는 소비자가 특정 구매 상황에서 제품 카테고리와 브랜드를 떠올리게 만드는 상황과 브랜드의 연결 지점을 의미합니다.
거창하게 들릴 수 있지만, 사실 우리가 매일 경험하는 익숙한 현상입니다.
갈증이 날 때, 파티 분위기를 내고 싶을 때, 출출할 때처럼 특정 상황에 놓이면 머릿속에는 몇몇 브랜드가 자연스럽게 떠오르곤 하는데요. 이때 특정 상황에서 반복적으로 떠오르는 브랜드가 있다면, 그 브랜드는 해당 CEP를 확보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음악 페스티벌에서 떠오르는 맥주, 여름 해변에서 떠오르는 청량음료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브랜드 인지도와는 무엇이 다를까요?
CEP는 기존의 브랜드 인지도(Brand Awareness)와도 조금 다릅니다.
“탄산음료 하면 떠오르는 브랜드는?”처럼 특정 상황 없이 묻는 것이 전통적인 브랜드 인지도 조사라면, CEP는 “무더운 여름 오후, 갈증이 날 때 떠오르는 탄산음료는?”처럼 구체적인 상황을 전제로 질문합니다.
과거 마케팅에서 다뤄온 ‘사용 상황(Usage Occasion)’이나 ‘니즈 상태(Need State)’와도 맥이 닿아 있지만, CEP는 이를 보다 구조적으로 정의하고 측정할 수 있도록 발전시킨 개념이라고 이해하면 좋습니다.
CEP를 이루는 7가지 요소
CEP의 뜻을 이해했다면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생깁니다.
“그렇다면 하나의 CEP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정의할까요?”
이때 활용할 수 있는 것이 바로 7W 프레임워크입니다. 소비자가 제품이나 브랜드를 찾는 상황을 다음 일곱 가지 질문으로 구체화하는 방식입니다.
| 요소 | 질문 |
|---|---|
| Why | 왜 이 제품/브랜드를 찾는가? |
| When | 언제 이 필요를 느끼는가? |
| Where | 어디서 사용하는가? |
| With whom | 누구와 함께하는 상황인가? |
| With what | 무엇과 함께 필요한가? |
| While | 무엇을 하면서 이 필요를 느끼는가? |
| How feeling | 어떤 감정 상태에서 필요한가? |
하나씩 보면 평범해 보일 수 있지만, 이 일곱 가지 요소를 조합하면 소비자의 상황을 훨씬 구체적으로 그려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커피를 마시는 상황을 생각해볼까요.
출근길 지하철에서(Where), 혼자(With whom), 잠을 깨려고(Why), 커피와 함께(With what), 이어폰을 끼고 뉴스를 들으면서(While), 살짝 피곤하고 나른한 상태로(How feeling) 마시는 아침 시간(When)입니다.
이처럼 소비자의 구체적인 상황을 들여다보면, 브랜드가 개입할 수 있는 다양한 CEP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CEP는 어떻게 활용할까요?
CEP의 활용 과정은 크게 두 단계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1. CEP 발굴하기
앞서 살펴본 7W 질문을 활용해 소비자가 제품이나 브랜드를 찾는 상황을 구체적으로 정의합니다.
이렇게 발견한 각각의 상황이 하나의 CEP가 될 수 있으며, 브랜드는 여러 개의 CEP를 동시에 보유할 수 있습니다.
2. 캠페인 설계하기
발굴한 CEP 중 우리 브랜드와 가장 잘 맞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상황을 선택합니다.
그리고 해당 순간 소비자가 자연스럽게 우리 브랜드를 떠올릴 수 있도록 메시지와 콘텐츠, 제품, 매체 등을 설계합니다.
예를 들어 맥주 브랜드가 음악 페스티벌을 후원한다고 생각해볼까요.
축제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해당 맥주를 접하고 직접 마셔본 경험이 쌓이면 ‘음악 페스티벌 하면 이 맥주’라는 기억이 형성될 수 있습니다.
코카콜라가 여름철 갈증이라는 상황과 브랜드를 연결하고, 여기에 병 모양이나 로고 같은 브랜드 자산까지 더한다면 어떨까요?
문구를 보지 않고 병 모양만 보더라도 코카콜라가 떠오를 수 있습니다. 이처럼 CEP와 브랜드 자산이 결합되면 특정 상황과 브랜드 사이의 연결고리를 더욱 강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사례로 이해하는 CEP
CEP가 실제 브랜드 전략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 여섯 가지 사례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1. Kanzi 애플, ‘아침 식사’ 장면을 점유하다
Kanzi 애플의 캠페인에는 늘 빨간 옷을 입은 캐릭터가 등장했습니다.
문제는 캐릭터만 눈에 띄고, 정작 주인공인 사과는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소비자가 실제로 사과를 먹는 순간과 브랜드가 제대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죠.
이에 쾰른에서 유럽 마케터 15명이 모여 브레인스토밍을 진행했고, 답은 캐릭터가 아니라 생활 속 장면에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아침 식사 때 사과를 먹는 순간’이었는데요.
왜(Why), 언제(When), 어디서(Where), 누구와 함께(With whom), 무엇과 함께(With what) 등의 요소를 하나씩 채워가며 이 순간을 브랜드와 자연스럽게 연결했습니다.
2. Sky Radio, ‘일할 때 듣는 라디오’로 포지셔닝하다
Sky Radio는 DJ가 없는 편안한 음악 방송으로, 청취자 대부분이 오전 9시 이후에 주로 듣는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또한 음악만 나오는 방송은 집중하거나 반복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잘 맞는다는 점을 파악했습니다.
이에 대표적인 도시에서 옥외광고 캠페인을 통해 ‘일할 때 듣는 라디오’로 Sky Radio를 이용하도록 권장하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해당 지역에서 Sky Radio를 일할 때 듣는 비율이 크게 증가했습니다.
3. 클럽 모나코, 팬데믹이 만든 새로운 니즈를 선점하다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정장 셔츠가 더 이상 자신의 생활 방식에 잘 맞지 않는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사무실에서도 어울리면서 집에서도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셔츠가 필요해진 것이죠.
클럽 모나코는 ‘비즈니스 캐주얼’, ‘고품질’, ‘20만 원 이하’라는 세 가지 조건을 CEP로 규정하고, 이를 광고 문구와 상품 구성에 그대로 반영했습니다.
소비자가 이러한 니즈를 느끼는 순간, 클럽 모나코가 먼저 떠오를 수 있도록 만든 사례입니다.
4. VB 맥주, ‘노동 후의 갈증’을 독점하다
호주 맥주 브랜드 VB는 “For a hard-earned thirst(힘들게 일한 뒤의 갈증을 위해)”라는 슬로건을 수십 년째 한결같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건설 현장 노동자나 잔디를 막 깎은 사람처럼 땀 흘린 뒤의 모습을 꾸준히 보여주며, ‘힘들게 일한 뒤 갈증이 날 때’라는 CEP를 공략했습니다.
이처럼 일관된 메시지를 오랫동안 유지한 결과, 해당 CEP는 사실상 VB의 것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5. 코카콜라, 하나의 브랜드와 여러 개의 CEP
피크닉, 가족 식사, 크리스마스처럼 상황은 서로 다르지만, 이때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브랜드는 하나일 수 있습니다.
코카콜라는 하나의 CEP에만 집중하지 않고, 서로 다른 CEP를 여러 개 촘촘하게 쌓아왔습니다.
그 결과 여름철 갈증뿐 아니라 명절 식탁에서도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브랜드가 되었는데요. 특정 계절에 매출이 쏠리지 않고 사시사철 꾸준히 판매되는 이유 역시 이러한 다양한 CEP와 연결해 볼 수 있습니다.
6. 라거 맥주 × 음악 페스티벌, 포화 시장에서 차별화하기
많은 라거 맥주 브랜드가 경쟁하는 시장에서는 특정 브랜드가 소비자의 기억 속에서 돋보이기 어렵습니다.
이때 음악 페스티벌과 같은 특별한 상황을 하나의 CEP로 설정하고, 해당 순간 소비자가 특정 라거 맥주를 떠올리도록 마케팅 캠페인을 전개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음악 페스티벌 스폰서십을 통해 브랜드를 노출하고, 현장에서 맥주를 마시는 경험을 강화하는 방식입니다.
특정 상황에서 반복적으로 브랜드를 경험하게 함으로써, ‘음악 페스티벌 = 우리 브랜드’라는 연상 연결고리를 만드는 전략입니다.
B2C뿐 아니라 B2B에서도 CEP가 중요한 이유
구매는 기억에서 시작됩니다.
구매 상황에 놓인 소비자는 가장 먼저 자신의 기억 속에서 구매할 만한 브랜드를 떠올립니다. 이렇게 기억에서 생성된 브랜드가 구매 과정의 시작점이 되고, 이 후보군이 이후 구매 여정의 출발점이 됩니다.
다른 정보원이나 검색 엔진(예: 구글, 동료)은 기억 속에 충분한 선택지가 없을 때 추가적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결국에는 원래 알고 있던 브랜드를 선택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납니다.
결국 소비자의 기억 속에 먼저 들어가 있는 브랜드가 유리한 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B2C와 B2B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B2B 구매 담당자 역시 결국 사람인 만큼, 여러 후보 중 자신이 익숙하게 알고 있는 브랜드부터 검토하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 B2C 예시: 발렌타인데이 저녁 식사 장소를 고를 때, ‘로맨틱하고 비건 메뉴가 좋은 곳’이라는 CEP를 충족하는 레스토랑이 먼저 떠오릅니다.
- B2B 예시: 금요일 클라이언트 행사 케이터링을 찾을 때, ‘비건 옵션이 있고 인력 지원도 가능한 곳’이라는 CEP를 만족하는 업체가 먼저 검토 대상에 오릅니다.
미국 비즈니스 보험 시장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시장 침투율 25%인 State Farm은 다수의 의사결정자가 6개 이상의 CEP에서 떠올리는 브랜드였던 반면, 경쟁사인 Hartford와 Hanover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CEP를 많이 보유한 브랜드일수록 더 많은 상황에서 최초 후보군에 오르고, 그만큼 구매 기회도 늘어난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결국 브랜드가 성장하려면 CEP 네트워크부터 차근차근 키워가야 한다는 뜻입니다.
AI 검색 시대, GEO로 다시 주목받는 CEP
검색은 이제 사람이 직접 정보를 찾는 것을 넘어, AI가 대신 답을 찾아주는 시대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이처럼 AI 검색·답변 서비스에 브랜드와 콘텐츠가 잘 노출되도록 최적화하는 것을 마케팅 업계에서는 GEO(생성엔진최적화, Generative Engine Optimization)라고 부르는데요.
예를 들어 ChatGPT나 퍼플렉시티 같은 서비스에
“출근길에 마시기 좋은 커피 브랜드 추천해줘”
라고 물으면, AI는 검색 결과 목록을 보여주는 대신 여러 정보를 종합해 답을 제시합니다.
그렇다면 AI는 어떤 브랜드를 답으로 선택할까요?
AI 모델은 웹에 존재하는 방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특정 상황과 브랜드가 함께 언급되는 맥락을 학습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정보들을 바탕으로 사용자의 질문에 적합한 브랜드를 답으로 제시합니다.
이는 CEP가 오랫동안 이야기해온 원리와 맞닿아 있습니다.
사람의 기억이든 AI가 참고하는 학습 데이터든, 특정 상황과 브랜드 사이의 연결이 강할수록 해당 상황에서 브랜드가 선택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즉 GEO 시대에는 AI가 소비자를 대신해 브랜드를 골라주는 새로운 관문이 하나 더 생겼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람의 머릿속 CEP를 점유하는 것만큼, AI가 참고하는 콘텐츠 속에서 특정 상황과 브랜드의 연결고리를 만드는 것 역시 새로운 과제가 된 셈입니다.
마치며
지금까지 CEP가 무엇인지, 그리고 CEP가 브랜드와 소비자의 구매 상황을 어떻게 연결하는지 살펴봤습니다.
CEP는 단순히 소비자의 니즈를 찾는 개념이 아닙니다. 소비자가 특정 상황에 놓였을 때 우리 브랜드를 가장 먼저 떠올리도록 만드는 전략적 연결 지점입니다.
CEP를 이해하면 브랜드가 어떤 구매 상황을 선점해야 하는지,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어떤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이 남습니다.
우리 브랜드는 어떤 CEP를 갖고 있을까요?
리스닝마인드는 실제 검색 데이터를 기반으로 소비자가 어떤 상황과 맥락에서 제품과 카테고리를 검색하는지 분석하고, 브랜드가 선점할 수 있는 새로운 소비자 접점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우리 브랜드가 이미 점유하고 있는 CEP는 무엇인지, 아직 비어 있는 CEP는 무엇인지 데이터로 확인해보세요.
CEP의 개념을 이해했다면, 이제 중요한 것은 CEP를 실제 마케팅 전략에 어떻게 활용하느냐입니다.
소비자의 상황과 맥락을 발견하고, 이를 실제 마케팅 기회로 연결하는 구체적인 사례와 방법은 다음 글에서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CEP 마케팅, 브랜드를 소비자의 머릿속에 각인시키는 5가지 전략 | CEP시리즈 ②
사진 출처=코카콜라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