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시장은 빠르게 변합니다. 매 시즌 새로운 트렌드가 등장하고, 소비자의 관심도 끊임없이 이동합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데이터 기반의 인사이트는 기업이 더욱 정확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필수적인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패션연구팀은 시장과 소비자 트렌드를 연구하며, 빅데이터 분석을 매우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조직입니다. 소비자의 실제 행동을 파악하기 위해 리스닝마인드를 도입했고, 이를 활용해 더 신속하고 정교한 트렌드 분석을 수행하고 있지요. 삼성물산 패션부문 패션연구팀에서 소비자 및 마켓 분석 업무를 맡고 있는 남소정 프로를 만나 검색 데이터에서 발견한 소비자 인텐트를 패션 산업에서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들어보았습니다.
네, 반갑습니다. 저희 패션연구팀은 한마디로 시장과 소비자의 트렌드를 연구하는 팀이에요. 소비자의 행동을 데이터로 정확하게 읽어내는 것이 주된 임무입니다. 내부적으로는 두 영역으로 나뉘는데요, 우선 트렌드 파트는 글로벌 패션 트렌드 등을 연구하고, 소비자와 시장을 보는 파트에서는 국내 소비자와 시장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보고 있는 데이터들이 실제 소비자들의 경향성과 유사한 지와 같은 것들을 많이 본다고 할 수 있어요. 전반적으로 회사 내에서 저희 팀이 빅데이터 등 새로운 데이터에 대해 가장 관심이 가장 많은 조직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다양한 소비자 조사, 정부 데이터 등을 통해 시장 규모, 소비자 인식, 관점에 대해 주로 보고 있습니다.
Q. 전통적인 소비자 조사 방식을 돌아봤을 때, 기존 데이터 분석 방식에서 느끼던 한계는 어떤 것일까요?
가장 큰 한계는 소비자 조사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었죠. 소비자 조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보통 한 달 이상 걸리는데, 다른 산업들은 어떨지 몰라도 패션 산업에서 한 달은 너무 긴 시간이잖아요. 그 사이에도 패션 시장은 빠르게 변합니다. 한 달 전에 조사했던 트렌드가 실제로 적용될 때는 이미 늦어버리는 경우가 많았죠.또 다른 고민은 데이터에 대한 믿음인데요. “소비자 조사에서의 응답이 과연 100% 솔직한 것이었을까?” 하는 의구심입니다. 설문에서 소비자들은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착한’ 답변을 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알려져 있죠. 하지만 검색 데이터는 다릅니다. 소비자들은 검색할 때 만큼은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자신이 진짜 궁금해 하는 것을 입력하니까요. 이러한 고민 속에서 리스닝마인드를 접하게 되었고, 검색 데이터가 실시간 소비자 니즈를 반영할 수 있는 훌륭한 도구라는 점을 깨닫게 됐습니다.
Q. 그렇다면 리스닝마인드를 활용해서 데이터 분석을 했을 때 기존 방식과 확실한 변화나 차이점이 느껴지던가요?
물론입니다. 가장 큰 차이는 데이터를 통해 시장 변화를 실시간으로 감지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패션 업계에서는 내부 담당자들이 시장보다 앞서 트렌드를 감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전문가가 예상하는 속도로 트렌드를 따라가지 않을 수도 있고, 이미 지나갔다고 생각한 트렌드가 이제 막 대중화되는 경우도 있어요. 전문가는 경험을 통해 남보다 정교한 감(感)과 직관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그게 항상 맞을 수는 없는 거죠. 리스닝마인드를 활용하면서부터 우리가 감으로 판단했던 트렌드가 실제 데이터와 얼마나 일치하는지 확인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게 가장 큰 변화라고 할 수 있겠네요.
Q. 검색 데이터를 활용해 시장에서 유의미한 인사이트를 얻은 사례가 있나요?
급상승 트렌드 탐색: ‘워크 자켓’
물론이죠.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리스닝마인드 데이터 인사이트 클럽에서 ‘워크 자켓’ 키워드가 급상승 중인 것을 발견한 겁니다. 이 아이템은 이전까지는 크게 주목받지 않던 것이었는데, 검색량이 급격히 증가하는 것을 보고 급히 내부 보고서를 작성했어요. 이후 프렌치 워크 자켓, 초어 자켓 등 다양한 스타일로 시장에 확산되었죠. 그 일을 기점으로 팀에 변화가 있었어요. 이전에는 감각적으로 “요즘 이런 게 뜨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지만, 이제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제로 이런 트렌드가 떠오르고 있다”고 확신을 갖고 말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우리 연구팀이 워크 자켓 트렌드를 내부에 최초로 소개한 시점과 실제 시장 확산 간의 시간차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데이터는 해외 트렌드가 국내 인플루언서와 일반 소비자에게 전파되는 시간을 연구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특정 타겟의 트렌드 발견: 30대 남성 패딩 ‘카라코람 패딩’
30대 남성 소비자들의 검색 데이터에서 의외의 인사이트를 발견한 적도 있습니다. 겨울 시즌을 앞두고 아우터 트렌드를 분석하던 때였죠. 패딩 시장은 보통 롱패딩과 숏패딩으로 구분되는데, 30대 남성 층에서는 그 중간 길이, 말하자면 힙을 가리는 ‘미들 기장’ 패딩을 찾는 경향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패딩 키워드를 세분화해서 분석했더니 30대 남성에게서 ‘카라코람 패딩’이라는 키워드가 두드러졌어요. 남성들은 롱패딩을 생각보다 잘 안 입으려 하고, 너무 짧은 패딩도 부담스러워 합니다. 그래서 엉덩이를 가리는 미들 기장의 패딩을 원하는데, 그런 패딩 스타일을 뭐라고 부르는지 모르는 상태였죠. 정확한 용어를 모르니까 브랜드명으로 검색하는 경우가 많았던 겁니다. 이걸 포착해서 내부적으로 카라코람 스타일의 패딩을 기획해 볼 만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죠.
Z세대의 인기 브랜드 분석
또 있습니다. Z세대를 겨냥한 브랜드를 찾기 위해 100개 넘는 브랜드의 검색을 분석한 적이 있어요. 그랬더니, 기존에 주목하지 않았던 소규모 브랜드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우선 각 브랜드의 검색량 규모를 확인하고, 트렌드 추이(우상향 여부)를 분석했죠. 그러곤 예상 타겟과 실제 검색층을 비교했더니 차이가 보이는 거예요. 예를 들어 Z세대 브랜드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40대가 많이 검색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이를 통해 규모는 작지만 성장하고 있는 주목할 만한 브랜드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Q. 그럼 혹시 예상하지 못했던 브랜드를 발굴한 경험도 있으신가요?
있죠. 당연히 있습니다. 스니커즈 브랜드를 분석할 때였어요. 저희는 나이키, 아디다스, 뉴발란스 같은 스포츠 브랜드가 상위권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르무통’이라는 브랜드가 엄청나게 높은 검색량을 보였어요. 사실 저희 회사에서는 크게 주목하지 않던 브랜드였는데, 소비자들에게는 큰 인기를 끌고 있었죠. 이런 발견을 하니까 그때부터 팀원들이 전부 출퇴근길에 르무통을 신은 사람들을 의식적으로 관찰하게 되는 거예요. 정말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신고 있더군요. 검색 데이터 덕분에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트렌드를 발견했고 회사에도 이러한 사실을 공유하게 되었습니다.
Q. 리스닝마인드가 조직 내 의사결정 방식에는 어떤 변화를 가져왔을까요?
기존에는 “이게 정말 트렌드일까?”라는 질문에 대해 누구도 확신을 갖지 못하고 논의할 때가 잦았는데 이제는 데이터로 확인된 사실을 기반으로 논의할 수 있는 거죠. 그리고 내부 보고서가 질적으로 개선되고 신뢰도도 높아졌어요. 그러다 보니까 처음에는 연구팀에서 검색 데이터를 활용하기 시작했는데 이제 마케팅 부서, 온라인 소비자 부서, MD를 비롯해서 전사적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Q. 리스닝마인드를 사용하면서 가장 유용했던 기능은 무엇인가요?
제 경우에는 인텐트파인더의 성별·연령별 필터 기능이 가장 유용했습니다. 특히 분포값을 넘어선 아웃라이어(이상값)를 위로 올려주는 기능 덕분에 실제로 보고서를 작성할 때 뾰족한 키워드를 발견하기 위해 이 필터를 사용하고 있어요. 그러면 진짜로 특이한 키워드를 발견하게 되고, 그게 실제 시장에서 인기 브랜드인 경우가 많았어요. 클러스터파인더는 탐색 초기에 키워드 발견용으로 활용하고, 패스파인더는 브랜드 기준으로 분석할 때 많이 사용했습니다.
Q. 앞으로의 방향과 계획에 대해 말씀 부탁 드립니다.
지난해에는 파일럿처럼 일부 브랜드만 선정해 분석했다면, 앞으로는 브랜드에 대해 해당 데이터를 가지고 어떻게 더 심도 있게 분석할 것인지 고민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저희 팀에서는 월간 보고서 4종을 발행해서 국내외 패션 트렌드, 아이템과 브랜드 분석 등 검색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양한 주제를 분석해서 제공하는데요, 월간 보고서 「데이터 피디아」를 통해 사내에 트렌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역할도 계속 해나갈 계획입니다. 이런 좋은 플랫폼이 있어도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실제 분석 사례를 계속 보여주면 업무에 더 쉽게 활용할 수 있겠죠? 잘 될 것 같습니다.